[1] 승마를 처음 접한 때를 회고하다.
8월 첫 주 일요일.. 무더운 여름이다.
어제 비가 와서 오늘은 조금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 길을 나섰지만,
역시나 태양이란 것은 굉장히 강한 존재였다.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한 시간 가량 달려가서 도착한 승마장.
푹 찌는 듯한 햇살 아래, 말들이 숨을 쉬는 소리들이 들린다.
나도 이렇게 더운데, 저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초록이 무성한 여름..
거의 말라버릴 듯한 건초 사이로, 어떤 풀들은 어제 흠뻑 내려준 비 덕분인지 약간은 생기가 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갈색의 물결…
내가 저들을 보기 위해, 1시간을 달려왔다.
넘실대는 갈기를 보노라면, 내 마음이 흐뭇해진다. 자유를 향한 갈망… 그 달리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초심자들을 태우거나, 오랜 기승으로 더 다양한 변화를 원하는 사람 모두를 수용하는 걸 보면, 저들은 정말로 훌륭한 종족임은 분명하다.
저런 저들을 미워할 자, 누가 있는가!
나도 사람이고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누구 못지않아,
오늘 같은 날처럼 햇볕 아래 달린다면 아무래도 나의 애마도, 나도 지칠 거 같아 오늘은 인사하고 얘기도 좀 나누다가 돌아왔다.
말이란 아이는 참 신기하다.
사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몇 번 예뻐해 주기만 해도, 금방 주인을 알아보고 잘 따른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언젠가부터 내가 가면 알아보곤 반가워하는 걸 보면, 정말 사랑스럽고 내 마음이 환해진다. 말이란 동물은 집단적인 동물이라, 서로 같이 있는 걸 좋아하고 그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친구가 없으면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따라서, 말의 주인은 말을 언제나 복종시키기보단 친구로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줘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말에 오르기 전과 후에 얘기를 걸어주면, 그 말이 더 순종하고 그날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준다라는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실제로 매번 그렇게 하니 대부분의 말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 아이와 승마장 주변을 배회하고 오랜만에 산책을 하다가 이것만으로도 땀에 젖은 아이를 씻기곤, (말의 땀은 신기하게도 하얀색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처음 여기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린다.
치과의사로서 처음으로 말을 접했던 때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신기한 인연으로 나는 말에 오르게 되었다. 승마란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었다. 혹은 순정만화나 동화에 나오는 공주나 왕자님 분위기의 우아한 사람들이 즐겨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승마는 소위 고급 스포츠이다. 그런데… 이전에 내가 좋아했던 운동인 스키나 스노보드도 몇 년 사이, 이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스포츠로 변해, 너도나도 겨울이면 스키장을 향해 몰려들지 않던가. 그뿐만 아니라, 실내 스키장에선 여름에도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기도 한다. 한번 알아보면 승마란 운동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실제로 어릴 때는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는 대부분 1등을 해서 반대표로 뛰기도 했고, 체력장은 특급을 받곤 했었고, 체육과목은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즐겼다. 나의 학창 시절엔 체육시간이면 그늘에 앉아 쉬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체육시간을 보냈다. 대학교에 와서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배우고, 잠시 윈드서핑을 했었는데 운이 좋게 강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그때도 알고 보니 윈드서핑이란 스포츠가 학생들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리 많은 비용을 쓰지 않고도 배울 수 있을 정도의 배려를 해주는 곳도 있었다. 그 덕분에 학창 시절의 스트레스를 윈드서핑, 스키, 스노보드 등의 스포츠로 승화시켰으니,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했었던 것 같다.
확실히 최근의 내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여전히 운동이라고 하면 좋아한다. 운동은 하면 할수록 늘지만 역시 전문 스포츠인이 아닌지라, 운동 신경이 많이 둔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사륜바이크, 자전거, 인라인, 조깅, 수영, 골프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포츠를 했지만, 딱 맞는 운동이 없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MTV를 타려고 집을 나선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 한 명이 이번엔 사륜바이크 대신 승마장을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승마라… 조금은 불안했지만, 재밌을 거 같아 경로를 바꿨다. 다행히 그 친구가 전화번호를 알아와 길을 물어 찾아간 곳… 가을에 접어드는 9월이라.. 단풍에 물든 한국의 가을은 가는 길 내내 감탄을 참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물어물어… 돌아 돌아 찾아간 곳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연과 접한 곳이었다.
처음엔 제주도에서와 같은 빠른 체험승마를 예상하고 갔지만,
실제 완전 초보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약간의 이론 강습과 느린 걸음의 평보, 달리는 듯한 느리면서도 경쾌한 걸음걸이(알고 보니 중급자 이상에서 즐겨하는 좌속보) 연습이 전부였다. 특히, 애초엔 빠르게 달려 나가는 것을 보고 가을 산책로를 누빌 것을 상상하고 갔었기에 이날의 경험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고, 이후에도 한동안, 승마가 과연 이렇게 느린 속도로만 진행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처음 승마하러 간 날 내가 입은 옷은 다름 아닌 종아리를 채 덮지 못하는 7부 바지였으니, 이렇게 가벼운 승마 후에도 내 다리 안쪽은 마찰에 의해, 찰과상을 입은 상황이라 그날의 복장에 대해 백 번은 후회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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